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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택] 태평양 도서국가 개발협력회의
unido 2024-09-09

*본 게시글은 2013년 9월 9일 게시되었습니다. 

"태평양 도서국가 개발협력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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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초 휘지 난디에서 개최된 태평양 도서국가 개발협력회의(PIDF: Pacific Islands Development Forum)에 다녀왔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이 자체적인 힘을 모아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보고자 하는 시도였다. 휘지가 주최국이 되었고, 파푸아뉴기니, 동티몰, 솔로몬 아일랜드, 바누아투, 나우루, 키리바시, 마이크로네시아 등 거의 모든 태평양 도서국들에서 대통령, 수상 그리고 외무장관, 개발협력주무장관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녹·청색 경제 달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이었다. 필자는 주최국인 휘지정부의 초청으로 “개발에 있어 혁신의 중요성”이라는 주제 하에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개도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화 사업 내용과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개발발전 과정에 관해 설명하면서, 특별히 유엔산업개발기구 한국사무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도국들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들에 관해 소개하였다.

태평양 도서국가들에 있어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협은 절체절명의 것이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절실한 기후변화 체험들은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다가올 미래 위험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바로 현재의 문제였으며, 나날이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 해수면 상승은 그들에게 있어 절절한 생존의 문제였다. 이들에게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환경보존의 문제는 너무나 더디고 긴 여정일 뿐이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개발은 지금 당장 시행해야하는 긴급 과제였다.

이들의 절박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들이 전개하고 있는 개발협력의 문제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소위 원조 공여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개도국 개발협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얼마 전 타케시 우메하라 교토대 교수의 NHK 인터뷰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타케시 교수는 환경파괴의 주범이 인간중심적 사고 때문임을 지적하면서 “모든 것에 부처가 있다.(Budda is in Everything.)”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의 상생공존을 주장하고 있었다. 타케시 교수의 철학이 개발협력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개발협력, 개발원조 정책을 시행하면서 우리들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교만과 오만을 버리고 겸손함을 바탕으로 ‘받는 이들이 원하는, 받는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먼저 해주는 것을 대한민국 개발협력 정책의 근간으로 삼을 때, 대한민국은 세계 개발협력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자원과 에너지 개발보다 개도국들의 생존 기반을 먼저 마련해준 후 이들과 함께 동행하는 긴 숨의 개발협력 외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수택 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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